"예전엔 시어머니…요즘은 장모 때문에 이혼 많죠"

입력 2015-04-15 20:31   수정 2015-04-16 09:30

年 100여건 이혼사건 담당하는 김보연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사관

한이불 덮고 자는 부부라도 서로 안다고 하지만 잘 몰라
속마음 털어놓고 갈등 풀어야

이혼해도 부모 역할은 그대로…아이 위해 마무리 잘 지어야



[ 김인선 기자 ] “이혼도 잘 하는 게 중요해요. 부부는 남남이 되더라도 아이의 아빠 엄마로서 역할은 계속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아이가 없는 이혼 부부는 전 배우자와의 관계를 잘 매듭지어야 재혼 후 결혼생활을 건강하게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김보연 서울가정법원 전문 가사조사관(40·사진)은 최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조사관실에서 기자와 만나 건강한 이혼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전국에 105명이 있는 전문조사관은 일반계약직 공무원 신분으로 법원의 가사·소년보호·가정보호 사건 조사업무를 맡는다. 가사조사관의 경우 이혼하는 당사자들을 상담하고 중재한 뒤 자신의 의견을 첨부한 조사 보고서를 판사에게 제출, 판결에 참고하도록 한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뿐 아니라 당사자의 심리 상태, 입장, 양육환경 등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2005년 전문조사관이 됐다. 한 해 평균 100여건의 사건을 담당하며 지금껏 만난 부부만 수백쌍에 이른다.

치열하게 다투는 부부를 상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서로 독기를 내뿜으며 대립하는 당사자를 대하는 게 처음엔 많이 버거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 저 부부들이 힘든 시간을 겪다보니 가시돋친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며 당사자를 이해하게 됐죠.”

가사 사건 중에서도 아이와 관련된 문제를 푸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한다. “많은 이혼 부부가 배우자와 부모의 역할을 헷갈려합니다. 예컨대 이혼의 책임을 상대 배우자에게 물으면서 ‘넌 아내로서 잘못을 저질렀으니 엄마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어’ 하며 부모로서의 능력을 평가절하합니다. 그렇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자식을 볼모로 삼는 당사자도 있습니다.”

이혼부부 자녀들을 상담하며 가슴 아픈 순간도 많았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울 것 같지만 아닙니다. 한쪽 부모가 없어지면 아이들은 ‘엄마마저 날 버리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부모 말을 아주 잘 들어요. 상처는 마음속에서 곪아가죠. 이혼 부모를 둔 한 중학생 남자아이가 기억에 남습니다. 1시간 남짓 이야기하면서 ‘제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더군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지난 10여년간 가사 사건에 변화는 없을까. “최근 들어 당사자의 문제뿐 아니라 양가 어른들이 개입해 문제가 된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 예전엔 이혼 사유에 시어머니가 자주 등장했다면 요즘엔 장모님이 단골로 나옵니다. 육아 문제로 처가와 자주 왕래하다보니 갈등이 늘어나는 거죠.”

부부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 “한이불 덮고 사는 부부라도 서로 잘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마음을 상대에게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남편(아내)은 없으니까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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